기후 돌봄은 자조(自助, 자기의 향상·발전을 위하여 스스로 애쓰는 것)를 원칙으로 한다. 기후 완화와 기후 적응을 대비해보면 왜 기후 적응이 개인이나 공동체의 자조적 역량을 요청하는지 알 수 있다. 기후 완화는 이산화탄소 감축과 같은 의미로 쓰이며 주요 수단은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교통수단을 도입하는 것, 제로 건축이나 그린 리모델링으로 건물의 냉난방 수요를 줄이는 것, 산림 조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 등이다. 대규모 인프라와 시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므로 개인보다는 국가나 기업이 주체가 된다. 이에 비해 기후 적응은 폭우에 대비해 하천과 생태계를 정비하거나 재난에 취약한 시설물을 보강하는 등 공공정책의 영역도 포함되지만, 동시에 개인과 지역공동체의 노력과 역할이 중요하다. 자신이 사는 주택을 수리하고, 나무를 심거나 텃밭을 가꾸고, 폭우에 대비해 위험한 곳을 살피고, 스스로 건강을 돌보는 일은 공공이 대신해줄 수 없다.
기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은 생각보다 많다. 자연 환기 건물 설계, 물 관리와 절약, 녹지대/산림 조성, 옥상정원과 지붕 녹화, 빗물과 중수의 활용, 고효율 단열재 활용 등이다. 국가나 기업에만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안전을 지키고 생태계를 살리며, 나아가 기후 적응에 필요한 사업을 중심으로 대안적 경제를 만들어내는 길이 지역공동체에 열려 있다. 생산과 이윤을 위한 경제가 아니라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지역에서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태계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경제는 오늘날 필요한 자급경제의 모습이기도 하다. 기후재난 자체는 위험이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일들은 결과적으로 안전한 생태계와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재난에 취약한 자연물, 시설물, 인프라를 손보고,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등 기후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재난 손실에 대응하는 상호부조 체제를 갖추고, 삶과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지역순환경제를 만드는 것과 같은 행동은 그 자체로 공공선에 부합한다. 비단 기후 문제가 아니더라도 돌봄과 일자리의 기반이 되는 지역공동체를 튼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리고 실제로 재난이 닥치는 상황에서는 지역공동체의 역량을 총동원해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순조로우면서 정의롭게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후 돌봄』, p. 9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