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생태문명 실험

1.
지난 6월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5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자 세계를 탄식과 비난을 쏟아냈다. 대선 캠페인에서 석유, 석탄 산업과 전통적인 공장지대를 살리기 위해 관련 공약을 내놓기는 했으나 설마 하던 사람들은 이런 일이 현실로 일어나자 “과연 트럼프”라고 비아냥거렸다. 10개 주정부와 200여개 도시가 미국 기후동맹에 참여해 트럼프의 결정과 상관없이 기후협약 합의사항을 이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세계의 공영을 추구하는 지도적 국가로서 미국의 위상은 이미 심각하게 추락했다.
중국은 이런 상황에서 기후협약 준수의지를 재확인하고 환경문제 해결을 주도하는 국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미국에서 가장 앞선 환경정책을 시행하는 캘리포니아 주의 제리 브라운 주지사에게 협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두 나라는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1, 2위 국가이지만, 중국의 연간 탄소배출량은 100억 Mt(입방톤)으로 55억 Mt인 미국에 비해 2배 가까이 많다. 베이징을 비롯한 대도시의 대기오염은 기준치의 4배를 웃돌며 이로 인해 연간 35만 명에서 50만 명이 수명이 단축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더구나 산업구조개편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2030년까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현실은 “중국이 과연 환경문제를 거론하고 국제사회에서 이를 주도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낳는다. 특히 기후변화를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의 주도권 확보 등 자국의 신경제 계획과도 연계시켜 많은 이들이 중국의 ‘저의’에 의구심을 품는다.
그러나 중국은 ‘생태문명’이란 가치를 2012년 공산당 헌법에 명시할 만큼 제도적으로 앞서가고 있다. 2015년에는 총 10장 56절의 ‘생태적 진전을 촉진하기 위한 통합 개혁계획’도 발표했다. 아직 세계의 공장으로서 최대 공해배출국가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으나 중국의 야망은 단순한 환경문제 해결을 넘어 산업문명의 폐해를 극복하는 새로운 생태문명을 이룩한다는 데까지 닿아있다. 환경문제는 단순히 관련법을 강화해 단속하거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자연을 정복과 이용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고, 물질주의적 가치관 등 근대철학의 전제를 뒤엎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서만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사상을 국가 의제와 정책으로 채택했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2.
중국정부가 생태문명이란 단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2007년 10월 제17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보고서를 통해서다. 후진타오 주석은 생태문명의 목표로 “에너지와 자원의 효율적 사용, 환경친화적인 산업구조와 성장패턴, 소비방식” 등을 제시했다.
이는 경제발전에 대한 개념에서의 중요한 변화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려면 인간과 자연 사이의 상호관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그 후 2012년 11월 열린 제18차 전국대표대회 보고서에서 후 주석은 생태문명을 15차례나 언급하며 해당조항을 공산당 헌법에 포함시킨다. 후 주석은 “우리는 생태문명을 창조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며, 아름다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중국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해 권력을 승계한 시진핑 주석 역시 생태문명의 수립을 “당대와 미래의 세대에게 모두 이익이 되는 것”으로 중시했다. 그는 특히 “GDP는 더 이상 성공의 척도가 아니다.”라며 지도자들의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자료로 GDP 성장률 이외에 복지개선, 사회발전, 환경지수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생태문명 건설의 객관적 평가방식’을 발표했다.
생태문명에 대해 중국생태문명연구촉진협회 부회장인 주광야오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생태문명은 인간 문명의 발전에서 새로운 개념이다. 이는 인간과 사회, 자연의 조화로운 발전 법칙을 따르는 과정에서의 물질적, 영적, 조직적인 성취를 가리킨다. 이는 문명의 과정을 숙고하면서 사람 간, 그리고 사람과 자연과 사회 간의 조화로운 공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는 윤리적 도덕이며 이데올로기이다. 이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이론이 풍성해지고 심화되며 문명을 높은 단계로 진화시키기 위한 대담한 혁신과 실천을 낳는다.

그는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무시하거나 자연의 용량을 간과했던 과거의 사고를 버리고, 자연과 공존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근대화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의 많은 전문가들도 중국 환경문제의 핵심은 현대화 발전의 경제적 이데올로기의 한 측면이라고 지적한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경제적 이익과 환경 보호라는 두 가지가 상충하면 당연히 전자를 앞세웠고, 이는 자연이 인간의 필요에 따른 정복과 이용의 대상이자 무한히 재생산된다는 근대적 세계관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혁개방 조치 직후인 1979년 환경보호법을 처음 제정, 시행한 중국정부는 여러 차례 개정을 통해 법을 강화해 왔으나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공해문제는 점점 심각해졌다. 가장 심각한 대기오염뿐만 아니라 화학비료와 제초제, 농기계를 사용하는 농업현대화는 토질의 산성화와 경화를 야기했고, 폐수로 인한 수질오염도 심각했다. 이농현상과 도시집중에 따른 사회문제, 빈익빈부익부, 소외, 실업, 범죄 등은 개발과 환경, 나아가 현대화의 과정 전체를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는 의식을 낳았다.
이런 문제의식을 생태문명이란 화두로 제시한 중국정부는 이전까지의 환경 관련 규제와 지원, 환경보호, 도시계획, 세제, 행정절차, 공무원 평가, 정부조직까지 모든 관련 내용을 통합한 지도 원리인 ‘생태적 진보를 촉진하기 위한 통합적 개혁계획’을 2015년 9월 발표한다. 제18차 전국대표자대회와 2, 3, 4 중전회의 논의를 바탕으로 마련된 이 계획은 10장 56절에 걸쳐 생태문명의 개념부터 구체적인 실천계획까지 담고 있다.
1장 일반진술의 1절은 개혁취지를 설명한다.

사회주의의 주요한 단계에 있으면서 현재 국면에서 중국에 새로 등장한 특별한 성격이라는 기본적 맥락에 기초해서 아름다운 중국을 건설하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정확히 설정하고, 심각한 생태적·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생태적 안전을 지키고, 환경을 개선하고, 자원이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걸 인식시키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발전시키는 새로운 방식의 현대화를 촉진하는 노력이 진전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어지는 1장 2절에서는 6가지 개혁구상을 내놓는다. 1. 자연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자연과 조화로운 상태를 유지한다, 2. 개발과 보존을 통합한다, 3. 맑은 물과 울창한 산이 매우 귀중한 자산이라는 인식을 기른다, 4. 자연과 천연자원의 가치에 대한 존중을 일깨운다, 5. 영토의 균형을 추구한다, 6. 산, 물, 숲, 농장이 생명 공동체임을 인식한다.
1장 3절은 6가지 개혁원리를 설명한다. 1. 지도와 규제를 통해 개혁이 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보증한다, 2. 천연자원의 공공적 성격을 유지한다, 3. 농촌과 도시의 환경 거버넌스를 통합한다, 4. 인센티브와 규제를 균등하게 사용한다, 5. 중국 자체의 노력과 국제 협력을 연계한다, 6. 시범사업을 전반적 조정으로 전체와 통합시킨다.
1장 4절 개혁목표로는 8가지 시스템의 구축이 제시된다. 시스템을 신설하거나 개선해야 하는 대상은 1. 천연자원의 소유권, 2. 국토의 개발과 보존, 3. 국토 이용계획, 4. 자원의 통합 관리와 적절한 보호, 5. 자원 소비의 비용화, 6. 효율적인 환경 거버넌스, 7. 환경 거버넌스와 생태적 보호에 필요한 시장 원리, 8. 생태계 보존 수행 평가와 계량화이다.
나머지 2장부터 9장까지는 52개 절에 걸쳐 앞서 언급한 8가지 시스템 구축을 위한 세부적 실천계획이 나오며 마지막 10장의 5개 절은 이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1. 리더십 강화, 2. 시범사업 실시, 3. 법과 규제의 개선, 4. 대중홍보방안 개선, 5. 개혁수행에 대한 감시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이상의 개혁계획은 보존이 필요한 산림과 농지, 사막, 강, 습지 등의 국가 및 공공 소유권과 책임소재를 강화하고, 성(省)에 따라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국토이용이나 보존계획을 통합하며, 환경관련 법과 규제를 강화하고, 정부와 민간의 환경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주요 골자를 이룬다. 특히 내몽고의 훌룬비르, 저장의 후주, 후난의 루디, 귀주의 치수이, 샨시의 야난 등 5곳을 시범사업 지역으로 정해 천연자원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하고 담당 공무원의 평생책임제를 도입한 것이 눈에 띈다. 이 개혁계획은 공해배출권과 자원이용권 거래, 자원가격 인상 등 시장원리와 사회주의 특유의 강력한 톱다운 정책 방식을 통합해 빠른 시일 내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11월 취임 이후 2015년 3월까지 중국 안팎의 공식 행사에서 60회 이상 생태문명에 대해 언급할 만큼 집중적인 관심과 강한 의지를 표명해 왔다. 그는 “우리는 금산, 은산이 아니라 푸른 물과 초록 산을 좋아한다.”(2013년 9월), “인류의 발전 추구와 지구의 제한된 자원 사이에는 영원한 모순이 있다.”(2015년 1월), “생태와 환경을 파괴하는 자는 예외 없이 철권으로 처벌하겠다.”(2015년 3월) 등의 발언을 했다.
중국정부가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정책으로 채택한 생태문명은 다음해인 2013년 2월 유엔환경계획(UNEP)의 공식 지지를 받았다. 중국은 또 2015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앞두고 2014년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미국과의 양자협약에서 이전보다 강화된 이행방안을 내놓았다. 당초 2020년까지 40~45% 줄이기로 했던 GDP 단위당 탄소배출 목표를 2030년까지 60~65%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매년 4.1% 감축을 약속했는데, 이는 미국의 3.6%나 유럽의 3.2%보다 높다. 또 원자력, 태양열, 풍력, 조력, 지열 등 비화석 연료의 비중 역시 2014년 11.2%에서 2030년에는 2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경제개발계획에도 변화가 도입됐다. 2016년 시작된 제13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은 녹색성장을 혁신, 조화, 개방, 공유와 함께 5대 핵심 키워드로 채택하고 연간 경제성장률을 7%로 하향 조정했다. 녹색성장이란 생태적 목적에 맞는 경제성장이며 환경을 우선시하는 경제구조로의 개편을 시도한다는 뜻이다. 이는 굴뚝산업이 한계에 부딪친 상황에서 서비스 경제로의 전환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친환경공법 등 관련 산업의 성장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는 노력과 궤를 함께한다. 녹색경제가 거대한 사업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란 기대 아래 녹색산업에 투자하는 녹색금융이 활성화하고 국가와 민간의 투자가 확대된다. 중국은 2015년 현재 지속가능한 에너지 경쟁력에서 세계 5위인데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해 저탄소경제의 지렛대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환경보호는 ‘차이니즈 드림’의 핵심요소가 됐다.

3.
그렇다면 생태문명이란 가치는 어떤 과정을 거쳐 중국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채택된 것일까. 문명의 전환이라는 거대담론이 어떻게 현실의 정치, 경제, 사회 변혁과 연결될 수 있었을까.
중국에서 ‘생태적 마르크시즘’이란 용어가 처음 쓰인 것은 1986년이다. 이런 조어를 담은 벤 애거의 1979년 저서 이 이때 중국에 번역되면서 자본주의의 폐해인 환경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마르크시즘의 역할이 조명되기 시작했다. 이어 생태적 마르크시즘의 주요 저서들이 차례로 번역되면서 더욱 많은 관심을 받게 됐고, 현대 마르크시즘과 생태사상에서 중요한 위상을 갖는 이론으로 평가되며 중국에서의 영향력이 커졌다. 그런데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환경과 생태문제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이 되기는커녕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자성이 일기 시작했고, 이 문제의 분석과 대안을 찾기 위한 새로운 이론에 대한 요구도 높아졌다.
이런 시기에 중국 철학계에 수용된 서구 이론이 알프레드 노드 화이트헤드(1861~1947)의 과정철학이다. 과정철학자인 데이비드 그리핀(전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 교수)의 편저 가 1995년 번역(중문판 제목은 Postmodern Science)되면서 중국 전통철학과 서구 근대철학을 잇는 다리이자 환경문제의 분석과 대안에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는 해법으로 여겨졌다.
화이트헤드는 자신의 사상을 ‘유기체의 철학’이라고 불렀다. 그는 유기체(organism)를 기계(mechanism)와 대비시켰으며, 기계는 맥락에 무관한 반면 유기체는 내재적으로 환경과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실체가 아닌 과정에 주목한 그는 개체가 어떻게 다른 유기체들과의 관계로부터 구성되는지를 설명했다. 이 때문에 생태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음에도 심오하게 생태적이며, 환경에 대한 철학적 논의에서 초기부터 중요한 인물이었다. 화이트헤드의 저서 는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 객체인 자연의 탈마법화와 그에 근거한 과학기술의 발전 위에 세워진 현대문명이 어떻게 종말로 향하는지를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서구 근대철학을 해체하는데 그치지 않고, 상호연관성과 생성이란 개념을 통해 재구성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그리핀은 이런 화이트헤드 철학을 데리다, 리오타르 등 해체(deconstructive)에 초점을 둔 프랑스의 포스트모더니즘과 비교해 구성적 모더니즘(constructive postmodernism)이라고 명명했다.
화이트헤드 철학은 중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97년 중국의 유명한 학술저널인 ‘자연변증법연구(Studies in Dialectics of Nature)’는 10명의 학자를 초청해 그리핀의 책에 대한 토론회를 벌였으며, 2002년 열린 ‘화이트헤드와 중국’ 학술대회에는 18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교육부 차관이 축사를 했다. 그 후 저명한 과정철학자인 존 B. 캅(전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 교수)의 저서가 잇달아 번역되면서 중국에서 과정철학의 전성기가 열렸다. 캅 교수는 1970년대부터 생태신학에 바탕을 둔 환경운동을 해온데다 경제학자인 허먼 데일리와 공저한 라는 저서에서 글로벌 경제와 대비되는 지역 경제공동체 모델을 제시해 중국의 실천적 사회운동과 결합했다.
과정철학을 중국에 소개해온 중미후현대발전연구원(Institute for Postmodern Development of China, 디렉터 왕쩌허)은 2006년 이후 중국 안팎에서 90여 차례 학술대회를 열고 이론과 현장을 중개했다. IPDC의 노력으로 현재 중국 대학에 개설된 과정철학연구소는 베이징사범대, 저장대, 하얼빈과학기술대를 비롯해 35군데에 이른다. 이들은 철학, 경제학, 법학, 교육학, 심리학, 생태학, 도시계획, 건축, 미학, 경영학 등 다양한 분과에 걸쳐 과정철학을 적용하고 있다. 이 단체는 소규모 유기농 중심의 생태마을운동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교육과 네트워크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과정철학의 성공은 화이트헤드의 유기체적, 생태중심적 사고가 전통철학과 잘 통하기 때문이다. 근대화, 특히 사회주의 혁명과정에서 쇠퇴한 전통철학의 부활을 꾀하는 시점에 과정철학이 소개됨으로써 전통철학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일이 가능해졌고, 제도에 초점을 둔 생태적 마르크시즘과의 비교연구를 통해 생태문명이란 화두를 정책화하는데 기여했다. 세 가지 철학이 산업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제공한 셈이다.
중국정치의 특별한 점은 현실에 필요한 철학을 찾는데 있다. “유럽, 특히 미국에서는 철학의 역할에 대해 거의 의식하지 않지만, 중국의 상황은 다르다.”
근대 서양문명을 기독교와 동일시해 기독교를 배격했고, 부르주아 민주주의와 마르크시즘의 대결에서 후자가 승리했으며, 문화혁명은 공산주의 이상을 인민들에게 강요하는 시도였다. 문화혁명의 실패 이후 이데올로기의 역할이 위축되고, 개혁개방이 공산주의 이념을 크게 약화시켰으나 정치와 정책의 철학을 구하는 경향은 여전히 강하다. 특히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개인주의, 물질주의가 사회적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경제적 성취와 함께 안전한 환경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생태문명은 모순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포용하는 라벨”이 됐다.
1919년 신해혁명 이후 서구 과학문명의 수용을 첫 번째 계몽이라고 한다면, 전통문화에 대한 재평가와 구성적 포스트모더니즘이 만들어낸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은 두 번째 계몽으로 일컬어진다.
물론 중국의 주류는 여전히 산업문명을 신봉하는 쪽이다. 중국이 아직 현대화를 완수하지 못한 만큼 산업문명이 더욱 확산돼 모든 인민이 부유하게 잘 살 수 있는 중국을 만든 다음에 생태문명을 생각하자는 단선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그런 문명이 향하는 파국이 어떤 모습인지 분명해진 상태에서 민주주의의 여론수렴 과정을 면제받은 중국정부는 과감하게 생태문명으로 정책의 방향키를 튼 것이다.

4.
중국은 과연 자신들의 선언대로 경제와 환경을 조화시킨 생태문명을 만들고 세계를 이런 방향으로 끌어감으로써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중국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녹색경제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세계경제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대국의 야욕으로 평가 절하하는 세계인들의 시선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강대국, 그것도 미국처럼 선거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지 않는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가진 중국의 “선한 의도”는 “정글의 착한 사자”처럼 형용모순이지만, 거대담론 아래 국가정책을 운용하는 것은 부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중국 못지않은 공해국가 2017년 3월 21일 서울의 공기품질지수는 뉴델리에 이어 2위였고 3위인 베이징보다 더 나빴다. 엄청난 혈세를 들여 수질오염을 가중시킨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철학이 빈곤한 녹색성장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환경친화적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노후 화력발전소의 폐기를 지시하고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상시켰다. 환경의 날(6월5일)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근본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 도 희망을 준다.
그러나 이런 세부 조치들이 보다 설득력과 실천력을 얻으려면 이를 한데 모으는 큰 우산이 필요하다. 그것을 ‘생태문명’이라고 불러도 좋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6월 발표한 교서 ‘찬미 받으소서(Laudato Si’)’에서 말한 대로 우리 공동의 집(지구)을 지키기 위한 ‘통합생태’라고 불러도 좋다. 환경보호에 그치는 게 아니라 환경정의, 인간과 자연의 관계, 삶의 의미까지 질문하는 의식 전환과 의제화가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일거리를 찾아내는 녹색성장이 아니라 중국과는 다른 관점에서 경제와 환경의 모순을 극복하는 녹색전환을 기대한다. 우리가 한다면 아무도 대국굴기의 야망이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한윤정/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 과정사상연구소 연구원, 전 경향신문 기자
(이 글은 격월간 ‘녹색평론’ 2017년 7-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Bi-monthly Magazine 2017. 7~8. PP. 40~51
Title: China’s Ecological Civilization Experiment

*Summary
When the United States President Donald Trump pronounced to withdraw from 2015 Paris Climate agreement on 1stofJune,alltheworldsighedandcriticizedhisdecision.TheUnitedStates’prestigeasworld-leadingcountrywasseriouslydamagedfromit.
Just after this decision, China confirmed the will to keep Paris agreement and insisted to be world leader in preventing climate change and solving environmental problems. Is China ready for it?
Chinese government already included the agenda of ‘ecological civilization’ in the Constitution of the Chinese Communist Party in 2012. Then, it announced the ‘Integrated Reform Plan for Promoting Ecological Progress’ in 2015. China is still the most pollutant country in the world as ‘world factory’, but its ambition goes beyond just solving environmental problem, looking forward to accomplish new ecological civilization which overcomes the disease of industrial civilization.
The term ‘ecological civilization’ appeared first in the report of 17thChineseCommunistPartyNationalConventionin2007.
President Xi jinping pronounced the establishment of ecological civilization as being beneficial for present and next generation. Particularly, he said that GDP was no more only measure of success and happiness of people.
Many Chinese professionals point out that the real reason of the environmental problem is in the dualism and economic priority rooted in modernity itself. If the value of economic interest and preservation of nature conflict each other, Chinese people prefer the former and this kind of thinking results in the destruction of nature. This attitude is based on the modern worldview that nature is the object of exploitation and its capacity is indefinite.
Under this kind of enlightenment, Chinese government integrated most of its policies related to environment, including environmental regulation and support, preservation of nature and natural resources, urban planning, tax, administration, estimation of public servant. It is ‘Integrated Reform Plan for Promoting Ecological Progress’. (2015)
The ecological civilization agenda which was adopted officially in 18thChineseCommunistPartyNationalConventionwassupportedbyUNEPinthenextyear.ChinaalsoannouncedtoreinforcetheimplementationplanofdecreasinggreenhousegasemissionattheUS-ChinaBeijingsummitin2014.
The change was also introduced in the economic development plan. 13thfive-yeareconomicdevelopmentplanwhichwaslaunchedin2016adoptedthegreengrowthasthecoreconceptofthisperiodwithinnovation,coordination,opennessandsharing.
Then, how was the ecological civilization agenda adopted as an important governmental policy in China? What makes the connection of big discourse like civilizational transition with the real change of political, economic and social practices?
Since the book by Ben Agger was translated in Chinese in 1986, Chinese intellectuals became to be interested in the role of Marxism to overcome the environmental problems. This book introduced the term ‘ecological Marxism’ to China. Chinese reflected its own ecological problems resulted from the fast industrialization, and recognized that China had no solution to this problem.
After that, Process philosophy of Alfred North Whitehead was introduced to Chinese academic society. The book edited by David Griffin was translated in Chinese in 1995, and became very popular. Many Chinese scholars thought the Process thought could play a key role in connecting Chinese traditional philosophy and western modern philosophy, as well as analyzing the environmental problem and redirecting to the alternative.
Process thought threw the serious and positive impact to China. Accordingly, very famous Process philosopher and theologian, John B. Cobb Jr., was also introduced in China. His important books were translated in Chinese. Especially, co-authored with economist Herman Daly explained about the formation of global economy and its disastrous results on the world. The authors’ inspiration for ecological economy was related with the innovative movement in China.
Institute for Postmodern Development in China (IPDC) played very important role in introducing Process thought to China. It have hosted 90 conferences in and out of China since 2006. IPDC also supported the establishment of 35 research institutes related to Process thought in China, including Beijing Normal University, Zhejiang University and Harbin Institute of Technology. These institutes have applied Process thought to their specialized areas like philosophy, economics, law, education, phycology, ecology, urban planning, architecture, aesthetics, business, etc. In addition to that, IPDC has promoted the ecological agriculture and eco village movement by education and networking.
The primary reason why Process thought is so receptive to Chinese intellectual society and government policy is that organic and ecological thought of Whitehead is fitted into the traditional Chinese thought.
Special feature of Chinese history is that it needs the suitable philosophy to real political and social situation. China has suffered from crackdown of social bondage, individualism, materialism as a result of radical industrialization, as well as severe pollution. ‘Ecological civilization’ is proper labelling which includes both economic development and environmental security.
Of course, dominant economic parts support the industrial civilization than the ecological one. But we already know the catastrophe of reckless economic development and the right answer. In this situation, Chinese government turned the direction to the ecological civilization. All of the world focus the interest on the results of this experi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