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농업] 문명의 전환: 한신대 생태문명원 생태문명 세미나

기후위기와 함께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전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철학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태문명’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환경을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사회적 체제 또는 문명을 나타내는 생태문명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사회 간의 균형을 유지하고 생태계의 안정성을 고려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이자 실천입니다. 생태문명은 기존의 경제성장 중심의 사회체제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지향하며 환경 보전과 사회적 공정성을 포함한 다양한 측면을 조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태문명에 대한 심층적인 공부와 토론을 하기 위해 지난 1월 20일(토) 한신대 생태문명원이 주최한 ‘생태문명 세미나’의 첫 번째 공부가 온라인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필립 클레이튼 박사와 앤드류 슈워츠 박사가 엮은 『미래는 생태문명(What is Ecological Civilization?)』을 읽을 책으로 놓고, 한신대 생태문명원 연구위원들 간의 토론, 일반 참가자들과의 질문과 답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세미나에 앞서 한윤정 생태문명원 공동대표가 한신대 생태문명원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한신대 생태문명원은 미국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의 부속 연구소인 과정사상연구소의 주도로 설립된 미국 생태문명원(EcoCiv, Institute for Ecological Civilization)의 파트너이자 프로그램으로, 지난 2022년 한신대학교 내 독립연구소로 설립되었습니다. 생태철학과 순환경제, 전환교육, 지역연대 등을 공동체 차원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신대 생태문명원의 설립을 주도한 이동우 목사는 우리나라에 ‘생태문명’이라는 단어를 처음 번역해 소개한 학자로, 이날 함께 읽은 『미래는 생태문명』의 번역자이자 한신대 생태문명원 운영위원과 미국 과정사상연구소 한국 디렉터를 맡고 있습니다. 한윤정 공동대표는 “오늘 세미나는 원래 한신대 생태문명원 연구위원들의 내부 행사로 기획되었지만, 『미래는 생태문명』을 직접 기획해서 펴냈기 때문에 책과 함께 생태문명에 대해 좀 더 널리 알리고 싶어 공개 세미나로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세미나는 『미래는 생태문명』의 소개로 시작되었습니다. 『미래는 생태문명』은 2015년 미국 생태문명원의 모태가 된 ‘대안 모색하기(Seizing the alternative)’ 콘퍼런스에 참여한 82개 워킹그룹의 토론을 정리한 것으로, 생태문명의 교과서적인 책입니다. 생태문명이 무엇인지부터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 어떻게 지금의 현실에서 가능할지를 이야기하는, 생태문명이 정립되고 있는 과정을 나타내는 8가지 핵심적인 질문과 대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한 연구위원들은 한목소리로 “생태문명의 깊이를 모두 담아내는 책이라기보다는 입문서이자 설명서로, 생태문명이 다루고 있는 많은 분야에 대해 쉽지만 성의 있는 대답을 주는 책”이라는 평을 내놓았습니다.

본격적인 세미나로 들어가서 참가자들은 생태문명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들을 놓고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생태와 문명은 모순적인가?’라는 주제에서 참가자들은 생태와 문명은 함께 갈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문명’이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관과 개념을 전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한윤정 공동대표는 “문명은 ‘인간이 지식과 기술로 자연을 가공∙활용하고 착취한다’는 전통적 정의에 따라 탈식민주의 측면에서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며 “문명이 추구하는 지향이나 철학의 중심을 인간이 아닌 자연으로, 문명이 아닌 ‘문화’의 가치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건화 공동대표는 “생태문명은 현재 이어지고 있는 관습, 생활, 태도 등 우리가 문명으로 여기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전환을 요구한다”며 “물적 구조에 의한 근대문명이 지구의 위기를 초래했고, 그것에 대한 새로운 계몽에 생태문명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왕식 자문위원은 “생태와 문명을 연결시키는 것이 모순적이라고 느끼는 것 자체가 우리가 문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착각”이라며 “더 세련된 것, 깨우친 것, 진보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 문명이라는 착각을 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생태문명의 철학적 부분에 대한 토론도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생태문명의 철학적 기반으로 여겨지는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1861–1947)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화이트헤드는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로, 과정철학(Process Philosophy)이라는 철학적 전통을 개발한 주요 인물 중 하나입니다. 화이트헤드는 현상과 사건을 ‘과정’으로 이해하며, 모든 존재가 서로 상호의존적이며 상호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생태학적 철학의 중요한 기초를 제공했습니다. 김희헌 연구위원은 “화이트헤드는 근대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개념을 종합적으로 집대성한 철학자”라며 “근대가 가지는 도구적 가치의 사유체계를 전환시켰다”고 평가했습니다. 장왕식 자문위원은 “근대는 분명 좋은 면이 있고 인류에 공헌한 바가 있지만, 방법론 자체가 이분법과 대립이어서 일방적이었고 그로 인해 위기를 초래했다”며 “생태문명은 모두가 함께 네트워크를 만들어 연결되는 문(們. 무리)명이 되어야 하고, 여기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이론이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생태문명 전략에 대한 소개도 이루어졌습니다. 중국은 2012년에 수정된 헌법에서 최초로 환경보호를 명문화한 이래로, 국내 입법을 비롯하여 국제회의 참석과 국제협정 체결을 통해 국제사회와 환경보호를 위해 다양한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4년 4월 개정된 신환경보호법은 “생태문명 건설”을 입법 이념으로 삼아 기존의 환경보호법을 대폭 수정하면서 환경보호법 역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한윤정 공동대표는 “생태문명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전역의 철학 속에 이미 녹아있는 개념인데, 이를 바탕으로 중국이 초기 환경 운동 시기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서구 생태주의 그룹의 환영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이 심각한 국내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해야만 정권 유지가 가능한 정치적인 상황에서, 생태문명을 국가 브랜드나 공산당의 프로파간다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 있지만, 현실에서 나타난 생태문명을 공식화한 국가를 인정하고 응원하자는 흐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정건화 공동대표는 “생태적인 농사나 순환경제의 실현 등 중국이 보여주고 있는 장점이 많고, 최근에는 유엔도 중국의 생태문명 전략을 소개하며 장려하고 있다”며 “중국의 행보가 여러 논란이 있지만, 생태문명을 정책화하고 기술로 뒷받침하는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생태문명과 농업과의 관계도 언급되었습니다. 생태문명에서 지속가능한 농업은 미래를 위한 중요한 측면의 하나로 간주되어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땅을 갈지 않고, 화학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며, 토양 건강과 생태계를 지키고, 자연의 원리에 따라 농업을 수행하고자 하는 퍼머컬처의 농법과 철학은, 생태문명의 원리와 맥락에서 미래의 생활 방식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데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석영 연구위원은 생태사상가인 존 캅 주니어의 ‘자연의 성공으로부터 배워서 자연을 변형하는 법을 아는 것이다’라는 생태농업에 대한 정의를 소개하면서 “『미래는 생태문명』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지 않아 좀 아쉽지만, 땅을 살려내면서 농사를 짓는 것이 생태농업이고, 생태문명 실천의 중요한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기후위기가 생태문명 전환의 기회가 될 것인가, 생태문명에 기반한 도시와 농촌의 전환 등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한신대 생태문명원의 첫 번째 공부는 마무리되었습니다. 끝으로 이용숙 연구위원은 “오늘 세미나를 통해 ‘생태문명 전환이 과연 현실적인가?’라는 물음에 오히려 그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느낀다”며 “너무나 다양한 분야들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작은 분야의 전환으로는 불가능하고, 모두가 전체적으로 한 번에 전환을 이루어야만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신대 생태문명원의 ‘생태문명 세미나’는 앞으로 격월 1회,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생태문명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에게 열려 진행될 예정입니다. 두 번째 세미나는 3월 23일(토) 오전 10시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엮은 『생태문명 생각하기』를 읽을 책으로 삼아 진행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이나 생태문명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으신 분들은 한신대학교 생태문명원 홈페이지([EcoCiv Korea])를 들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성민 기자

https://cityfarmer.seoul.go.kr/brd/view.do?key=1905228807693&nttSn=1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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