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대부분의 전략은 회복력이 아니라 온실기체 배출량 감축에 방점이 찍힌 것이었다. 정책이나 자금 투자 측면에서 국내외 사업 전반에 걸쳐 회복력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 이유는 첫째, 온실기체 배출이라는 원인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중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남은 위험에 대비하는 것은 나중의 일로 치부되었다. 둘째, 기후 회복력에 비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으로 대표되는 온실기체 감축이 더 간단한 대화를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반면 기후 회복력을 언급하는 순간 인프라, 지역시설물과 생태계의 조정, 야생동물 관리, 재난 대응 체계, 공중 보건 등 많은 것이 한꺼번에 연루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이유는 수년 전까지 많은 환경운동가들이 기후 회복력/적응력 강화를 화석연료 산업에 대해 백기를 든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들은 배수관 확장 공사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아울러 완화를 위한 어떤 노력 없이도 사회가 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더 나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후 회복력 문제는 오늘날 모든 곳에서 완화 중심 대응의 한계를 보완하는 바람직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기후변화 대응 담론의 흐름은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회의론이 퇴조하는 대신 녹색성장 같은 방어적 기회론이 중심을 장악했으나, 효율성과 경제성장 서사(내러티브)라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전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기후 회복력 논의가 사회생태 통합적인 관점에서 기존의 완화 중심 기후변화 대응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흐름으로 제시되고 있다.
기후 회복력과 적응을 강조하는 기후변화 대응은 모든 존재를 위한 무차별적 돌봄을 요청하며 오직 그런 방식의 돌봄으로써만 실현 가능할 것이다. 이제껏 효율성 서사가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가로막았다면, 그 서사를 대체할 새로운 서사의 키워드로 회복력과 확장된 개념의 돌봄이 요청된다. 기후위기와 기후재난 상황에서 요구되는, 기후 회복력 강화를 위한 확장된 의미의 돌봄을 간단하게 ‘기후 돌봄’이라고 부른다면, 기후생태위기 대응을 위한 우리의 일상과 사회정치적 활동의 모든 마당에서 기후 돌봄을 중심에 두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 돌봄』, p. 7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