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서평‘노장청’이 함께 기후위기 데드라인을 미루는 법

“우리에게 아직 시간이 있다.” 이 말만으로도 희망적이다.

이 시대 가장 화급한 사안이라고 하는 기후위기 뉴스를 다루는 팀에서 일하다 보면 매일 희망과 절망이 교차한다.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를 경우, 홍수, 가뭄, 폭염, 폭설, 해수면 상승 등 각종 환경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상식이 되었다. 지구 온도 1.5도 상승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보여주는 기후 시계 ‘클라이밋 클락’ 누리집(climateclock.world)을 보면, 8일 오전 기준 데드라인까지 6년 44일밖에 남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동시에 이 시간을 뒤로 미루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지원군을 얻은 듯 든든하다.

<우리에게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의 저자 정성헌 한국디엠지(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과 밴드 ‘양반들’의 리더 전범선 또한 기후 시계의 시침을 최대한으로 돌려놓기 위해 최전선에서 싸우고, 연대를 도모하는 이들이다. 70대 어른과 30대 청년, 두 대담자는 기후위기 문제를 중심으로, 이 시대 갖가지 단절과 분열, 생명위기 문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며 “다 같이 죽지 않고 살 길”의 실마리를 탐색한다.

국제사회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걸 규범으로 삼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후위기 문제는 청년들의 몫, 다음 세대의 짐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전범선 또한 “이상하게도 이제껏 기후운동을 하면서 어차피 2050년 되면 어르신들은 다 안 계실 거고, 우리 세대끼리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만 생각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성헌은 “우리에게는 아직 10년이 남았다”면서 좌절한 청년을 일으키고, 미래를 그린다. 그는 ‘생명 살림 노장청 연대’를 꾸려 향후 10년간, 나쁜 조건 속에서 낙관적인 실천 자세로 ‘대전환’을 이뤄내자고 말한다.

정성헌이 말하는 대전환이란 에너지 대전환 같은 사회구조적 전환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개개인 가치관의 대전환, ‘생명의 세계관’으로의 대전환을 뜻한다. 모든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평등하고 존귀하다는 것을 인식하면 생활이 바뀌고 완강했던 사회구조가 바뀌고, 산업이 바뀌리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렇게 단순한 인식의 전환만으로 다급한 기후위기의 순간에서 인류를 구할 수 있을까. 물음표가 생긴다면 그의 말을 한번 믿어보자. “나는 이와 같은 운동이 성공 궤도에 오르는 걸 상당히 많이 겪어봤다고, 그래서 난 자신감을 가지고 할 수 있지.”

신소윤 기자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952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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