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개요


『기후 돌봄』(신지혜 외 지음, 우석영 엮음, 산현글방)

1. 기후 돌봄 선언

기후 돌봄이 긴급하다는 요지의 선언문으로, 서로 다른 것으로 생각되어온 기후담론과 돌봄담론, 비인간 돌봄과 인간 돌봄을 통합해서 사고하고 이야기할 필요를 설명한다.

“인간과 생물, 즉 중생衆生이 전반적으로, 또 갑작스러운 방식으로 취약해지는 기후재난 상황은 돌봄 노동을 호출하는 국면으로 이해해야 한다. 불어난 강물에 휩쓸린 인체나 소의 신체, 토사에 휩싸이거나 태풍에 산산조각이 난 주택과 가구, 몇 시간 만에 거주지를 잃고 졸지에 난민 신세가 되고 만 인간, 폭염에 노출되어 열사병으로 쓰러진 건설 노동자의 신체 … 기후재난 상황 속에서 취약해진 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이러한 각양각색의 몸들은 즉각적인 돌봄 노동을 필요로 한다. … 실제의 기후재난 상황에서는 재난 피해자(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돌보는 일은 물론이고, 타격을 입은 주택과 도로, 교각과 전선, 가전제품이나 방바닥 등을 복구하는 회복의 과업 역시 돌보는 심성과 태도, 돌봄 노동을 동반하지 않을 수 없다.”(p.15~17)

2. 기후 회복력의 시대, 돌봄의 확장 _ 신지혜

경제성장과 효율성 네러티브를 회복력과 확장된 돌봄 네러티브가 대체할 때 비로소 우리에게 희망이 보인다며 기후재난 시대에 돌봄 개념이 어떻게, 왜 확장되어야 하는지를 논한다.

“지금까지 효율성 내러티브는 공정, 평등, 도덕, 심지어 자연계에 대한 인류의 책임 등을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를 회피하는 데 편리한 도구가 되었다. 특히 경제성장과 효율성을 강조해온 지금까지의 서사에서는 ‘취약성을 살피는 것’과 ‘불평등을 고려하는 것은 정책의 구색을 갖추기 위한 부수적인 것이었다. 그 결과 기후 대응의 시급성에도 아랑곳없이 기후행동 미루기가 나타나고,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재난으로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존재들의 취약성은 더욱 증대하고 있다. … 기후변화로 재난이 일상화되는, 즉 모두가 점점 더 취약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기후 회복력 개념과 확장된 돌봄 개념은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 회복력과 확장된 의미의 돌봄을 밑바탕에 둔 새로운 내러티브가 기후 비상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출현할 수 있다면, 파국으로 향한 것이 아닌 다른 경로가 우리에게 가능할 것이다.”(p.51~54)

3. 지역공동체에서 시작하는 기후 돌봄 _ 한윤정

돌봄 사회의 당위를 정리하고 역설하며 기후 돌봄의 행위주체로서의 지역공동체, 풀뿌리민주주의 강화를 통한 민주주의 재건 가능성, 부정적 커먼즈 돌봄의 필요를 이야기한다.

“흔히 기후재난은 전 지구적 문제로 받아들여지지만 실제로는 지역사회의 생태적 · 사회적 환경이 타격을 입는 사건이다. 농산어촌 지역이라면 기후변화가 생산과 생계에 당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아무리 기후충격이 적은 도시 지역이라도 그 충격에 따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이고 거주지의 상태와 가치 등이 달라진다. 기후 자체가 지역공동체의 삶을 받쳐주는 공통의 요소(커먼즈)이기에 기후위기 완화 또는 적응을 위한 활동이나 그 물적 토대 역시 공동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기후재난에 취약한 시설과 인프라가 국가의 소유이자 관리대상이라면, 지역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지역 거버넌스를 구축함으로써 공동 관리의 대상이 된다면 지역공동체의 기후 돌봄 활동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긴요해진다.”(p.94~95)

4. 인류세의 비인간 돌봄 _ 우석영

인류세의 핵심적 · 상징적 물질계인 테크노스피어의 조정에 관심을 두고 비인간 돌봄, 그중에서도 상품 돌봄의 이유와 방법, 새로운 욕망을 자극하는 방식의 돌봄을 탐색한다.

“비인간 존재 전반에 대한 지배와 착취, 즉 반-돌봄 행위가 지배적 양식의 행위인 시대를 반성하며 비인간 존재를 넓은 의미의 친족으로 삼자는 제안은 반갑기 그지없는 제안이다. 하지만 돌봄의 따스함이 흐르는 친족의 둥지 안에 어떤 것까지 포함될 수 있는 걸까? 발전소나 공장, 인공위성, 송전망 같은 것은 개인의 생활세계를 훌쩍 뛰어넘는 공간에 있거나, 개인에게 그 영향력이 한정되기 어려운 광범위의 영향력을 보인다. 반면, 의자나 컴퓨터, 옷, 냉장고 같은 재화-상품은 개인의 생활공간 또는 보금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렇기에 전자는 개인의 돌봄 대상-친족의 영역에 자리 잡기 어렵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재화-상품에 사용 말고 돌봄이라는 가치를 적용한다는 게 정말로 말이 되는 것일까? … 여러 이유가 답변으로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인공물을 포함한 비인간 물질은 우리 인류도 귀속되어 있는 지구의 질서를 (인류와 함께) 조형하는 유의미한 행위 주체이기 때문이다.”(p.134~135)

5. 돌봄과 탈성장: 땅과 공통하며 미래로 돌아가기 _ 권범철

탈성장의 구성적 면모에 주목하면서 비임금 생활자들의 돌봄 관계로서의 공통장 만들기 그리고 도시에서 땅과 공통하며 ‘생산적인’ 도시 만들기에 초점을 둔다.

“자본주의적 성장에서 벗어나는 탈성장은 탈주뿐 아니라 구성의 의미도 포함한다. 현 질서, 다시 말해 노동에의 사로잡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장이 필요하고 그 장은 서로를 돌보는 관계의 구성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탈주와 구성이라는 탈성장의 두 양상은 돌봄 관계로 연결된다. 그러나 그 관계가 우리 일상의 버팀목이 되기 위해선 인간-인간의 관계를 넘어서 땅으로 대표되는 (비인간) 물질과 그 속의 다른 생물 종과 돌봄 관계를 맺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는 앞에서 간단하게나마 도시에서 서로 다른 종을 돌보고 땅과 새롭게 관계 맺는 활동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활동, 즉 땅(과 그곳의 다양한 생명들)과 공통하기는 과거로 회귀하는 길이 아니라 관계 맺기의 양상을 풍부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자본주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발전’하는 법, 미래로 돌아가는 길이다.”(p.206~207)

6. 기후 돌봄의 정치, 로컬에서 실천하기 _ 이재경

인간/비인간 통합적 행성 정치 또는 기후 돌봄의 정치 그리고 기후정치의 커머닝과 자연의 권리 운동을 비롯한 실천방안이 필요한데 이런 정치의 무대는 지역이어야만 효과적이다.

“기후 돌봄의 정치가 구체화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는 지역일 것이다. 이미 지역에는 기후비상행동 등으로 명명된 기후정치동맹이 형성되었거나 형성 중이며 다양한 기후행동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역부족이다. 기후위기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지금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대중을 결속시키는 새로운 지역공동체의 모색이 필요하다. 이때 출발은 무엇보다도 공동체 텃밭, 공동체 돌봄 등의 커먼즈에 기초한 살림공동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살림공동체에 그쳐서는 안 되며 다양한 살림공동체가 기후 돌봄 정치를 위한 정치공동체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역 차원의 협치정책과 제도의 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노력 역시 요구된다.”(p.242)

7. 한살림 생명운동으로 본 생태적 돌봄 _ 조미성

‘생태적 돌봄’이라는 화두를 든 채 서구의 돌봄 담론과 한국의 생명 담론을 비교한 후 유기농업의 돌봄 가치와 역량, 한살림 돌봄운동의 현황과 과제를 논한다.

“한살림은 농업살림과 생명살림을 통해 생태적 돌봄을 해왔고 그 방식은 가치를 담은 물품을 공급하는 형식이었다. 이 운동은 이제 인간돌봄으로 그 영역이 넓혀지고 있다. 이렇게 생태적 돌봄과 인간돌봄은 상호 연관되고 순환한다. 최근 한살림, 두레생협, 아이쿱 등 기존에 먹거리 운동을 주로 해왔던 생활협동조합들은 돌봄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거나 돌봄 활동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존 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을 기반 삼아 보다 좁은 범위의 지역에 뿌리를 둔 돌봄 · 의료 사회적 협동조합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한살림 내부에서는 돌봄운동이 이 시대에 맞는 생명운동의 실천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었다. 설립 30년을 맞아 한살림은 새로운 실천 운동의 비전을 ‘세상의 밥이 되는 한살림’으로 표현하고 ‘세상과 사람들의 아픔에 공명하며 공생하는 관계’를 통해 행복한 삶의 공간을 창조하기를 지향했다.”(p.26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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